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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짧은 글

안산에서..

by Lee, Rae Hui 2006. 5. 3.

2000년, 새천년이 시작되며 컴퓨터가 날짜 인식을 하지 못해 큰 환란이 온다고 했지만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해 하은이가 5살이 되었고 본인은 대한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안산에 있는 모교회에서 사역하게 되었다.

교회는 옮겼지만 당장은 집을 얻을 수가 없은 몇달은 서울 시흥2동에서 출퇴근해야만 했다.

그 때가 겨울이라 쉬운일이 아니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시흥2동은 마을버스를 타야만  하는 곳이다. 그 해 겨울은 왜 그렇게 눈이 많이 오는지 눈이 오면 마을버스는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에  30분 정도 걸어 가야만 시흥대로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전철역이 나온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몇번은 눈이 와서 전철역까지 걸어서 간 일들이 생각난다.

혼자서 다니면 별 문제가 없는데 하은이가 잠이 든 날에는 안고가야 하는 고충이 따른다.

5살 짜리 여자아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10분 정도만 안고 가면 안해본 사람은 잘 모른다.

다행히 두달정도 지나서 안산공단 전철역 앞에 있는 연립에 방하나를 전세로 얻을 수가 있어 편안하게 사역하게 되었다.

방을 얻고 다니다 보니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일도 아니다. 교회에 가까이 왔으니 새벽예배는 물론 차량운행도 해야만 했다.

나랑 사모는 상관이 없지만 하은이가 문제가 된것이다. 새벽시간에 깨워서 가자니 애처롭고 두고가자니 불안한 마음이었으나, 우리부부는 하은이를 집에 두고 새벽예배에 참석하기로 했다.

한 참을 열심히 품고 새벽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어느날 인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별 생각없이 새벽에 일어나 예배 드리고 집에 오니 하은이가 보이질 않았다.

처음에는 우리가 잘못 본것이 아닌가 싶은 여기 찾았지만 집안에는 분명히 없었다.

순간적으로 나는 길거리로 뛰쳐 나와 교회쪽으로 뛰어 갔지만 하은이는 찾을 수가 없었다.

사모 얼굴을 보니 벌써 눈에 눈물이 나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 순간에 떠 오르는 생각이 하은이가 새벽에 일어나 보니 엄마 아빠가 안보이니 당장에 찾아 나선 것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부부는 집주위와 교회근처까지 찾아 보았지만 보이질 않았으니

그 마음은 어떻 했겠는가?

집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찾을려고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갈려고 하는데 바로 앞집에 계시는 하은이친구 엄마께서 이른 새벽에 문을 여는 것이었다.

하시는 말씀이"하은이 여기 있어요"라는 것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에 짐작은 했지만 그분 입에서 하은이란 말이 나오는 찰나 우리는 슬픔이 기쁨으로 좌절에서 소망으로 변한 것이다.

계속해서 하는 말 "지금 자고 있어요" 라고 했다. 그분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새벽에 자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에 나가보니 하은이가 울면서 "엄마 아빠가 없어요"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하은이 친구 방에 가서 잠을 자게 했다는 것이다.

그 후로 사모는 목사님께 말씀드려서 새벽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에야 편안하게 글을 쓰고 있으니 별로 느낌이 없지만 그때만 해도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은이가 10살이니 5년전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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